우아한테크코스 레벨2 글쓰기 미션 - 우테코에서 찾은 나만의 효과적인 공부법 로 작성했던 글이다!


기록이라도 하자

‘이 정도는 기억하겠지? 곧 써먹을 일이 있을 거야.’

안일한 생각으로 잊혀진 개념이 몇 개 일까?
그것들만 모아도 책 한 권을 쓸 거 같다.
사실, 무얼 잊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아! 이거 아는 건데….’

머리를 ‘탁’ 치면서 터득했던 개념들도 어느새 희미한 조각만 남아있다.
속이 타들어 가지만, 자신 있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조막만 한 지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금세 밑천이 드러날까 두렵다.
내 것인 줄 알았던 개념이 내 것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헛공부했다는 자책만 늘어난다.

흐려진 지식을 되찾겠다고 다짐하지만, 이내 그 다짐마저 흐려진다.

‘이대로는 정말 안 되겠다.’

급한 마음에 닥치는 대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옮겨 적기, 녹음, 녹화, 캡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기록이 끝나면 다시는 잊혀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 안도했다.
수북하게 적혀있는 글들을 보면 오늘 하루 알차게 공부한 거 같았다.

그러나 노트북을 덮으면 모든 기억이 지워졌다.
노트북엔 기록되었지만, 내 머리엔 기록되지 않았다.
역시나 내 것이 아니었다.


나조차도 모르는 타임캡슐

“그거 적어뒀어! 기다려봐!”

정제하지 못한 개념 덕분에 여전히 자신 있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대화가 길어지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조차 헷갈린다.
몇 차례 상대방을 기다리게 한 후에서야 내가 아닌 내 노트북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탕화면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는 파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본다.
설명 하나 없이 사진만 가득한 파일,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만 녹화된 파일.
처음 학습할 때와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기억을 되살려낼 수 있다.
나를 위해 적어둔 글이었지만,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한다.
기록할 땐 내가 쓴 글이었지만, 다시 읽을 땐 남이 쓴 글이다.
내가 묻었지만 내가 모르는 타임캡슐이 탄생한다.

결국, 미래의 나를 위한 강의자료를 만들기 시작한다.
기억의 파편을 떠올려 기록을 찾았을 때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설명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에 따라 주제를 확장하고 이미지와 테스트 코드도 하나씩 첨부한다.
크루들과 공유하면서 깊이를 더해간다.
하나둘 정제하다 보니 제법 혼자 보기 아까운 자료가 탄생한다.

완성된 글을 크루 외 주변 사람들에게도 공유한다.
칭찬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갈 때쯤, 글을 다 읽은 친구 하나가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게 무슨 말인데?”


상대는 중학생, 15살이야

냉담한 반응에 당황했지만, 천천히 하나하나 설명해본다.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어떻게 설명할지 고뇌를 거듭한다.
한두 차례 설명에 실패한 덕분에 메신저 화면을 꽉 채우고서야 이해했다는 답변을 받는다.

“진작 이 설명을 글에 포함했어야지.”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머리가 저려온다.
용어 하나를 설명하는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검색을 시도하고 얼마나 많은 자료를 뒤져본 걸까.
쉽고 당연하게 여겼던 개념들조차 다르게 보인다.
혼자 보기 아까웠던 자료는 그저 내가 아는 몇 가지를 나열한 자료였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용어 하나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면서 의미를 찾아본다.
의미를 찾는 과정이 깊어지면, 어느새 논문 한 편을 적어낸다.
무엇을 위해 정리를 시작했는지 되뇌면서, 주제를 벗어난 내용은 과감하게 쳐내고 간결하게 만든다.

최대한 쉬운 글을 만들려는 과정이지만, 오히려 더 깊은 공부를 하게 된다.
고급스러운 용어들로 가득한 지식은 섣부르게 알아도 공유할 수 있지만,
조그마한 조각 하나까지 풀어내는 공유는 그 조각 하나까지도 내 것이어야 가능하다.
15살 중학생에게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이 진짜 내 지식이다.

‘상대는 중학생, 15살이야.’

작은 조각 하나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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