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테크코스 레벨3 글쓰기 미션 - 팀 프로젝트가 나에게 남긴 것 로 작성했던 글이다! 우아한형제들 기술블로그에도 기재되었다!!
깃허브 프로필을 뒤적거리다 오랜만에 마주친, 대학교 팀 프로젝트 저장소에 눈길이 간다.
‘이거 어떻게 만들었더라…’
서버를 구성하고 애플리케이션으로 데이터를 전송한다는 대략적인 흐름만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어떤 참고문헌을 봤었는지, 턱을 괴고 천장을 바라보며 애써보지만 좁은 자취방에 남자 넷이 모여 머리를 맞대던 모습만 떠오른다.
저장소 커밋 기록과 코드를 살펴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프로젝트 윤곽이 보인다. 애송이의 뿌듯함이 섞인 커밋을 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와 진짜, 이걸 코드라고 짰나?’
그러다 문뜩 README.md
에 적힌 친구들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개발이 착착 진행될 때 웃고 떠들던 모습들, 일정이 조금씩 밀리면서 조바심에 밤을 지새우던 날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에 감정이 조금 섞였던 날과 발표가 끝나고 고깃집에서 술 한잔하며 시답지 않은 이야기에 킬킬거리던 순간들.
기술 스택과 참고문헌은 기를 써도 떠오르지 않았는데,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은 끊임없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babble 팀에서도 기획과 코드보다 함께한 순간들이 더 또렷히 떠오른다.
함께 했던 잡담
“여기에 광고 넣어서 수익 창출하는 거 어때?”
사무적인 회의로 지쳐가던 첫날에 던져진 농담. 그제야 다섯 개 얼굴에 화색이 돈다. 루트, 와일더, 포츈, 피터와 상상을 가미하고 그루밍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지나가던 제이슨이 비즈니스 모델말고 기능 기획부터 생각하라 하셨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상단 배너에 대문짝만하게 광고 넣기, 채팅방이 있어야 할 위치에 광고를 넣어 클릭 유도하기, 태그 개수에 제한을 둬서 과금 유도하기. 서로의 창의력에 감탄하면서 웃고 떠들었다.
“어? 애플리케이션 만들기 강의?”
피자집 술 한잔에 수다를 떨던 중 루트와 그루밍이 과거 서로 접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휴대폰을 뒤져보던 루트는 그제야 메신저 속 그루밍 프로필 사진의 기시감을 이해한 듯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당시의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 참 좁다 깔깔 웃으며 잔을 부딪친다. 회식이 끝난 밤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피터와 옛날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글쓰기 리뷰를 그렇게 열심히 해줬는데, 얼굴 마주쳤을 땐 모르쇠 했어?” 난처한 척 연기하며 받아주는 피터의 반응에 키득거리며 집으로 돌아간다.
잡담이 꼭 경쟁력은 아니지만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루트의 채팅을 읽고 어안이 벙벙하다. 왠지 모르게 차갑고 날카롭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심기를 건드린 걸까? 조바심에 채팅을 올려봤지만, 여전히 이유를 모르겠다. 어제 일까지 곱씹어보다 루트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신나게 웃고 떠들다 궁금한 게 생기면 당장이라도 덤벼들어 해결하고, 무심하게 팩트를 던지는 동글동글한 눈. 함께 잡담을 나누던 모습을 그려보니 무심하게 잘못 이해한 걸 지적하는 것 같다.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살펴보니 정말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이은 회의에서 마주한 루트는 평소 그대로였다.
비대면 기간이 길어지면서 문자 전달만으로는 의사와 감정을 파악하기 어려운 순간이 잦다. 음성 대화가 섞여도 충분하지 않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함께했던 잡담을 떠올린다. 그 잡담들이 이해와 공감의 밑거름이 되어 오해할 말도 웃어넘기게 해준다. 장난을 쳐도 친구니까 웃어넘기는 원리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날카로운 알람 소리가 귀를 찌른다. 짧고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 도입된 녀석이지만 점점 부담스럽다. 감정회고 시간 조심스럽게 꺼낸 알람 이야기에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자칫 감정회고가 감정싸움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천천히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알람이 꼭 필요하다 생각해요.”, “알람이 없어도 각자 스스로가 인지할 수 있을거 같아요.” 서로의 생각과 이유를 정리하고 납득한 결과 알람은 철회되었다. 알람이 사라지고 잡담이 섞이면서 짧고 효율적인 회의와 거리는 멀어졌지만, 잡담의 길이만큼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 우리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4번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를 절반정도 동의한다.
잡담이 꼭 경쟁력은 아니지만 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같은 곳을 바라보려면
“나는 꼭 도커를 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스프링부트 서버를 도커로 마이그레이션 하자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들은 말이다. 아니,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오고 가던 기획 단계에서부터 나 역시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지금 스프링부트 서버가 잘 돌아가는데 도커 위로 올리려는 이유가 뭐야?”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추가 질문이 들어온다. 내가 도커를 사용하려던 이유가 뭐였지? 어렴풋이 떠올렸던 생각들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차근차근 이야기해본다. 우리 서비스에 트래픽이 많아지면 채팅 서버와 API 요청 서버를 분리해야 할거고, 미리 도커를 통해 서버 설정을 이미지화해두면 서버 분리와 관리가 쉬울 거야. 이야기를 끝맺고서야 긍정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그런 이유에서라면 나도 도커 위로 올리는 게 납득된다.”
저마다의 생각과 이유가 있고, 그것이 실현되길 원한다면 팀을 설득해야 한다. 충분한 설득과 이해가 함께 되지 않는다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본 채 달려갈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도 의견을 내세울 때 곧장 근거를 덧붙이는 게 자연스럽진 않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 모두가 납득하고 이해해야 비로소 같은 곳을 바라보고 달릴 수 있다.
결국 끝에 남는 건 사람
함께 했던 잡담과 잡담이 이해의 밑거름이 되었던 경험, 같은 곳을 보고 달려가기 위해 팀원을 설득했던 경험. 모두 사람 대 사람으로 배워 저장소가 아닌 나에게 남겨졌다.
레벨3 끝에 꼭 마스터피스가 탄생하길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앞으로 점점 더 멋진 걸 만들 테니까. 그저 먼 훗날 프로젝트를 되돌아볼 때 웃고 떠들던 순간들도 함께 보이길 바란다. ‘잘됐던 개발’보다 ‘행복했던 개발’이 되길 바란다.
우리 팀 기술 스택과 코드, 참고문헌은 내가 아닌 저장소에 남아있다. 대신 나에겐 그루밍, 루트, 와일더, 포츈, 피터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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