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 숲에 자라난 꽃 봉오리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막다른 길에 도달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더 깊이 알아봐야 하는데 도무지 여기까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네요. gdb 현란하게 쓰는 동료 개발자를 보면 자괴감도 듭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물고 늘어지는 게 훌륭한 개발자의 자질이라던데 ㅠㅠ 오늘따라 한숨이 나오네요 다들 막막한 상황을 헤쳐나간 경험 있으시면 꿀팁 공유 부탁드립니다. 감정적으로 이겨내는 꿀팁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출근 전 아침 운동을 다녀온 후 샤워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글또 대나무숲 채널에서 부정적인 생각 꽃 봉오리를 발견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와 무력감에 사로잡혀 만개하기 직전의 꽃 봉오리. 불과 몇 달전의 내가 틔웠던 꽃과 같은 종류였다.
🎋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법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 생각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어찌 저리 멀리 가 있는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꺼낸 기술 이야기에, 그저 감탄 외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내 모습이 어찌나 한스럽던지. 다음주엔 끝장내겠다고 마음 먹었던 작업 티켓은, 어느새 백로그로 밀려나있는지.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고, 부정적인 결과가 이어지고… 결국 부정적인 생각들이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번 달 까지만 해도 괜찮더니,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변했어?”
친구의 날카로운 조언을 듣고서야 부정의 꽃가루에 취해 있었음을 깨달았다. 더 높고 뾰족한 성취를 위해 내 자신을 갉아내려다보니, 주변 사람도 함께 갉아내는구나. 더 늦었다간 주변 사람들도 모두 갈려 나가겠구나. 그제서부터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한동안은 무조건적인 긍정을 시도해보았다. ‘그럴 수 있지.’, ‘다 좋은 면이 있겠지.’, ‘어차피 잘 될거야’. 그러나 아무런 논리 없는 긍정이 부정을 희석시켜주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억지스런 생각에 씁쓸한 기분만 더해질 뿐이었다. 억지스럽지 않게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리기 위해선 뒷받침이 될만한 근거가 필요했다. 근거를 어디서 찾아낼 수 있을까?
다시 부정적인 생각들을 떠올려보았다. 나는 왜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게 되었을까? 나는 왜 친구의 기술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탄 밖에 할 수 없었을까? 나는 왜 친구와 나 자신을 비교하고 있지? 친구를 질투 하는건가, 동경 하는건가? 동경한다면, ‘친구와 함께 일하고 싶다.’, ‘친구에게 배우고 싶다.’ 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하나 둘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공통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다보면, 하나쯤은 긍정적인 뿌리가 보인다는 것. 항상 부정적인 방향에서만 바라보던 일들을 최대한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보고 내게 힘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의 가지를 뻗어 나가는 것. 그렇게 긍정의 묘목을 한 그루씩 심다보니, 어느새 자그마한 공원이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 긍정의 묘목
질문자분께도 묘목 한 그루를 드리고 싶어 이야기를 남겼다.
개개인의 경험과 현재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지만 제 경험을 말씀 드리면, 대부분의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과의 비교, 특정 목표에 대한 강한 집념에서 받았습니다. 두 가지 모두 성장에 필요한 강한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과해질 경우 점차 몸이 피로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고, 부정적인 사고와 언행을 갖게 되더라구요.
제가 그런 부정적인 사고에서 탈출한 방법은 같은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기 였습니다.
첫번째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괴감을 가지는 걸 다르게 본다면, 자기객관화가 잘 되고 있다는 반증인거 같아요. 자기 위치에 만족하고 멈춘 사람과 달리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이겠지요. 또 (대부분의) 개발은 혼자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이랑 함께 일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 사람은 더 이상 비교하고 자괴감을 느끼는 대상이 아닌,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됩니다.
두번째 목표에 대한 강한 집념은 단기적인 과제에 대해선 유효한 스킬이었지만, 장기적인 과제에 적용하면 삶을 좀먹는 독이 되었습니다. 가령 “3달 내로 몸짱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헬스를 시작하면 몸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2달도 안되어 포기하고 돈만 날리는 역효과를 낳죠. 이럴 때 ”이대로 살다간 구부정하게 죽을거 같으니 아침마다 운동을 하자“ 라고 ‘목표’가 아닌 ‘프로세스’를 선정하면 크게 집념을 가질 대상이 사라지므로 몸의 변화가 느껴지건 말건 지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아무생각없이 6개월째 아침헬스를… 😅) ”저 사람처럼 gdb를 현란하게 쓰고 싶다.“ 라는 목표는 질문자님을 옥죌거 같아요. ”매주 월요일 아침 1시간씩 gdb를 공부해보자.“ 같이 무던하고 여유로운 프로세스를 계획해보시면 어떨까요? 어느새 동경의 대상이었던 동료 개발자분께 gdb 팁을 공유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재빠르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처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한 스킬이지만, 때로는 ’오직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 고집을 부리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는 시간도 필요할거 같습니다. 그것들이 모이면 질문자분께서 동료 개발자들에게 느끼시는 것과 같은 현란한 실력이 될거 같아요.
괜한 이야기가 길었는데… 저는 질문자님처럼 자신의 위치를 계속해서 상기하고, 조바심내고, 욕심내는 분이 너무 멋지고 호감이 느껴집니다. 질문자님 주변에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적극적으로 생각을 공유해보세요.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질문자님께서 DM 을 보내주셨다.
묘목이 잘 자라나서 풍성한 숲을 이루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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