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테크코스 레벨4 글쓰기 미션 - 내가 꿈꾸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삶 로 작성했던 글이다. TMI가 너무 많아 블로그에 글을 올릴까말까 고민하다가… ‘이런 나도 나니까!’ 마음 먹고 홀라당 올려버리기로!


👨‍💻 내가 꿈꾸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삶

“지금 연봉 2,000 만 원을 준다고 해도 프로그래머 할 거예요?”

점심시간 주꾸미 볶음을 음미하던 내게 포츈이 던진 질문. 섣부르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단순히 프로그래머 연봉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돈 때문에 프로그래머의 꿈을 꾸는 사람도 있어서 던진 질문은 아닌 거 같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돈을 적게 벌어도, 연봉이 오를 거란 희망이 없어도, 입에 풀칠하기 어려워도 개발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일 테다.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입속 주꾸미를 잘근잘근 씹으며 깊은 생각에 잠겨본다. 나는 그래도 개발을 사랑할 수 있을까?


쭈뼛쭈뼛 다가간 현구막: “아버지, 저 노트북이 필요해요.”
시큰둥한 아버지: “네가 너 돈 모아서 사.”

새내기 시절 노트북이 없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와 과제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마저도 학교에 붙어있고 싶다는 욕심에 2학기부터는 학교 앞 PC방에서 과제를 했다. PC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돈이 필요했고, 자연스레 자주 다니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1학년을 보내고 나니 복학을 할 때쯤엔 노트북에 대한 갈망이 하늘에 닿을 만큼 커졌다.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아 찾아 헤매다 공사장 먼지를 마시며 모은 돈으로 지금의 노트북을 갖게 됐다.

눈치보는 현구막: “점장님 혹시 10월 13일 토요일에 빠질 수 있을까요? 그날 아침에 전공 시험이 잡혀서요…”
어이없는 표정의 점장님: “너네는 왜 맨날 시험을 주말에 봐?”
점점 작아지는 현구막: “거수 투표했는데 대부분 주말에 보길 원해서요…”
어쨌든 안된다는 점장님: “참나… 어쨌든 안 돼. 이번엔 대타 못 구해줘.”
너무 작아져서 보이지 않는 현구막: “넵…”

복학 이후에도 주말 야간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성능이 나오는 프로그램 과제가 나올 때면 주말 내내 조바심이 났다. 새벽에 홀로 빗자루질을 하는 내 모습이 유리창에 비추면 한숨이 나왔다. 학부 특성상 평일 과제 마감이 잦다 보니 주말 학교에 나와 시험을 보는 게 일상이었다. 결국 대타를 구하지 못한 덕분에 아침 퇴근 후 곧장 학교로 향해 시험을 치르곤 했다.

훨씬 더 힘들게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기에 불평하진 않았다. 대신 그 시간을 나만의 의욕 배터리를 채우는 시간으로 여겼다. 개발 시간, 몰입하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으로 배터리가 터지기 직전까지 충전시켰다.

텅!

그렇게 주말을 무사히 보내고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 아침 커피 한 잔을 손에 든 채로 학교 도서관 책상에 가방을 내리면 온 피부에 닭살이 돋았다. 지금부터 금요일까지 온전하게 과제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고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터지기 직전의 과열된 배터리를 조금 식혀주기 위해 커피부터 한 모금 마시곤 했다.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작은 저항감. 키보드 버튼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검은 배경 흰 글자로 화면에 채워지는 영어단어들. 주말 내내 가득 채운 의욕 배터리를 아낌없이 녹이면서 과제에 몰두했다. 치킨에 소주 한 잔, PC방에서 게임 한 판을 하고 싶다는 유혹이 온 몸을 휘감을 때마다 다가오는 주말을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뿌리쳤다.

‘지금 안 하면 토요일 새벽에 후회한다.’

하루하루가 평일만 같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꼭 프로그래머로 취업해서 아르바이트 생활을 청산하고 평생 이 기분을 느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정말 단순하게 프로그래머면 좋을 거 같았다.


“10개월간 학습에만 완전히 몰두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그러다 마주한 우아한테크코스는 커다란 오아시스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항상 설레는 루터회관 14층, 강의가 시작되기 전 화면에 비춘 웨지 사진에 웃고 떠드는 시간. @ModelAttribute 어노테이션엔 왜 setter 메서드가 필요 없는지 호기심에 물어봤다가 끝까지 파고들어 결국 해답을 찾아내는 크루들. 프론트엔드 강의장 쪽 창가에 비친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 화면에 몰두하고 있는 내 모습.

‘저걸 내가 다 읽을 수 있을까?’
‘지금 읽을 건 아닌 거 같아. 나중에 읽자.’

기술 서적 하나를 고를 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나에게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필요하다고 느껴지고 좋다고 느껴지면 우선 고민하지 않고 구매한다. 내용이 어려우면? 지금 필요한 내용만 읽고 나중에 다시 읽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어차피 한 번에 다 깨우칠 수 없으니 평생 읽을 책이라는 느낌으로 일단 다가간다. 그렇게 구매한 책이 이번 달에만 4권이다. 뒤늦게 책 사는 일에 맛 들였다. 기세 좋게 일단 구매했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다 못 읽을 거 같다. 그래도 괜찮다. 내년에 읽으면 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환경에 놓여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온전히 몰두하는 10개월 동안 자연스레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근육도 커졌다.

‘사냥개 같은 끈기를 보여주는 프로그래머’, ‘뛰어난 실력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래머’ 같은 멋진 포부는 준비하지 못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부지런히 최선을 다하면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한다. 대신 좋은 프로그래머로서 본분을 다하며 후배들에게도 온전히 몰입해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삶을 꿈꾸고 있다. 유리창에 비친 빗자루를 든 모습과 노트북 화면에 몰두하는 모습을 모두 봤기 때문에, 더욱더 구체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다. 학부 시절 단순한 명사형 프로그래머를 꿈꿨다면, 지금은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동사형 프로그래머를 꿈꾸고 있다.


참, 이상한 생각에 빠져 아직 포츈에게 대답을 못 했다. 입 안 거의 남지 않은 주꾸미 볶음을 마저 꿀꺽 삼키고 대답한다.

“아,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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