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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2022년은 개발자로써 첫 인생이 시작된 해였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임금을 지불 받으며, 시장이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지 어느새 1년이 되어가고 있다. 작년 회고를 작성할 때 ‘우테코 과정이 개발자로서의 삶 체험판이었다고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썩 나쁘지 않을거 같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조금은 괴리감이 있지만 역시 나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모습이 좋다.


🗓 2022년 새해 다짐

우선 작년 다짐부터 이야기 해볼까? 작년엔 새해 목표로 ‘회사에 빠르게 적응하기’, ‘클라이밍 시작하기’, ‘독립하기’ 3가지를 세웠었다.

첫번째 ‘회사에 빠르게 적응하기’는 대실패였다! 빠르게 적응한다는 건 회사 업무 여기저기를 보고, 건드리고, 망가뜨려도 보고, 고쳐도 보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는 걸테다. 허나 나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업무를 진행했다. 간단한 CRUD 기능에도 테스트 코드 하나를 더 짰고, ‘더 좋은 설계 방법이 없을까?’ 반나절씩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내가 쓰는 시스템에만 집중했고, 회사 전체 기술스택을 인지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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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현태님께선 그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차분하게 하나씩 준비하는 스타일, 슬로우 스타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나 하나 확인해가면서 현구님만의 길을 찾아 가는 걸로 보입니다.

입사동기들이 ES, Redis, Batch, Feign 과 같은 다양한 기술스택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나도 빨리 저런거 써봐야하나… 너무 뒤쳐지는거 같은데…’ 라고 조바심도 느끼곤 했지만, 슬로우 스타터라는 피드백을 받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고, 내 할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결국에는 다 하게 되더라 😄… 요즘은 퀄리티를 조금 희생해서 빠르게 작업을 완료하고, 또 다른 업무로 성과를 내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아무래도 정성껏 만들어놓은 기능들이 사업이 접히면서 버려지는 걸 여러 차례 겪다보니…) 그렇지만 퀄리티를 자꾸 포기해버릇하면 안될거 같아서, 하루에도 수십번 마음 속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다. 빠르게 적응하기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잘 적응한 것 같다 😄

두번째 ‘클라이밍 시작하기’는 달성에 성공했다. 역시나 기대했던 만큼 재밌고 잘맞는 운동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있다면 평일저녁 암벽장 인구밀도가 정말 높다는 것과, 내 체력이 상상 이상으로 저질이라는 점이었다. 당장 30분만 매달려도 전완근이 저릿저릿해서 더 할 수가 없으니.. 어깨 다리 힘은 남아도는데 집에 가야하는 그 느낌이 너무 싫었다. ‘근력 좀 붙이고 다시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5월에 집근처 헬스장을 등록했는데 이게 웬걸, 운동이 끝나고 온 몸에 느껴지는 근육통이 엄청난 만족감을 주었다! 혼자서 컨디션에 따라 무게를 조절할 수 있는 운동이라 그런지 부담도 덜했다. 저녁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특히 근육빵빵한 형님들…) 엄두가 안나서, 출근하기 전 새벽 운동을 즐기고 있다. 6시반쯤 헬스장에 도착하면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사용하고 싶은 기구를 마음 편하게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리 해도 몸이 좋아지는거 같지 않은 걸…’ 같은 실망과 함께 금방 그만두었을텐데, ‘몸짱이 되겠다.’ 같은 목적이 아니라 ‘근력을 붙이자.’ 같은 단순 프로세스를 만들다 보니 6개월을 넘게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침 공부를 좀더 하고 싶어서 소홀했는데,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 클라이밍도 더 적극적으로 다녀봐야지!

세번째 ‘독립하기’도 달성에 성공했다. 지하철 왕복 3시간이 너무너무 아까워서 ‘한달 60시간을 돈으로 사겠다.’ 라는 생각으로 세웠던 독립 계획. 주변 친구들은 “야 아무리 그래도 강남 월세를?” 라고 뜯어말렸지만, 월세보다 60시간이 더 아깝다는 내 고집을 꺽을 순 없었다. 결국 3월 초 회사 사무실 근처 월세방을 구하고 1년 가까이를 지내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단축한것도 만족스럽고, 대중교통 속 사람들에게 치여서 진을 빼지 않아도 되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주변에서 ‘혼자살면 모든게 돈으로 느껴질거다.’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글쎄 생각보다 체감이 크진 않았다. 아들놈 강인하게 키우는걸 좋아하는 아버지께서 사소한거(샴푸, 칫솔 등..) 하나까지도 직접 해결하길 원하셨었고, 그 덕분에 독립하고 나서도 생활비가 크게 차이나진 않았다. 오히려 아껴지는 것도 있었고… 대신 아버지의 부지런함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다. 나름 바닥청소, 화장실 청소는 꾸준히 하는데 창문틀, 싱크대 벽면, 구석 틈새 같은 곳까지는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청소가 어렵다. 분명 본가에서는 그런 곳까지도 모두 깨끗했는데… 주말마다 온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시는 아버지가 더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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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곧잘 해먹고 지낸다 ✌️


⛄️ 겨울

2022년 1월 10일 입사일 처음으로 경수님을 만나뵈었다. 항상 호탕하게 웃으시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시는 경수님. 리액션도 워낙 좋으셔서 어떤 이야기든 항상 들려드리고 싶고, 그걸 위해 즐거웠던 기억을 헤짚다보면 어느새 나도 긍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는 정말 마법 같은 분. 회사가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사업을 키워나갈 때도 가감없는 피드백으로 부끄럽지 않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셨다. 경수님 바로 옆자리에서 개발자로서, 사회인으로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들이 너무나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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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보면 회사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크루들이 한참 방황을 하고 있었다. “(레거시 코드가) 상상한것보다 더 최악이야.”, “코로나 때문에 출근을 안하니까 물어볼 사람이 없어.”, “크게 신경써주지도 못하고 온보딩 프로젝트가 있으면 다행이겠다.” 등… 다른 크루들이 모두 힘들어할 때 홀로 업무 만족도가 최상이었다. 이것도 경수님 지분이 90%가 넘었던거 같다. 😂

이 시기에 경수님께서 항상 “너무 초장에 힘 빼지 말고 간단하게 개발하세요 현구님 ㅋㅋ” 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땐 말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도 코드 품질 중요하지~’ 라고 생각하며 정말 사소한 기능 하나하나에도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곤 했는데, 석달간 진행해오던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코드가 모두 버려지는 일을 경험하면서 경수님의 말씀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도 코드 품질을 챙기는 습관은 놓치고 싶지 않아서 아득바득 고집을 피우고 있었다.


🌱 봄

개발자로서 정체성이 조금씩 형성되어가던 시기. 무조건적인 기능 개발을 하지 않고 ‘이게 우리 서비스에 꼭 필요한 기능인가?’,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한번씩 더 고민했다. 문제는 고민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당장 클라이언트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전달 받지 못하고 고통 받게 된다. 적당한 고민과 적당한 속도의 기능개발. 그 사이를 줄다리기 하며 내가 얼마나 무능한 놈인지, 얼마나 더 노력해야하는지 다시금 상기하며 돈을 받고 일하는게 부끄럽지 않은 개발자가 되는 방법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혼자만의 고민으로는 해결법이 없다는 걸 깨닫고 글또(글 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 라는 외부활동을 시작했다. 글 쓰는 감각도 되찾을 겸, 개발자간 커뮤니티에 참여할 겸 선택한 외부활동이었는데 덕분에 꾸준히 글쓰는 습관도 유지할 수 있었고, 다양한 회사의 개발자분들과 커피챗을 진행하면서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 할 수 있었다.

한 때는 ‘대규모 트래픽을 감당하는’, ‘기술 지식을 정말 깊게 알고 활용하는’, ‘개발에 인생을 거는’ 개발자가 멋진 개발자라 생각했지만, 글또를 통해 정말 여러 환경의 개발자분들을 만나보니 꼭 저것들만이 멋진 개발자의 기준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자기 주변 사람에게 기술적 가치를 전달하는’, ‘해커톤 등에 참여해서 전의를 불태우는’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개발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서로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다른 개발자들의 가치관을 인정하고 동경하고 배우고, 나만의 목표를 세워서 달려가는게 중요하겠구나 깨닫는 시기였다.


⛱ 여름

부정적인 생각에서 탈출, 글또콘 발표, 커리어리 큐레이팅 같은 큼지막한 사건들이 있었던 여름.

경수님도 다른 곳으로 이직하시고, 새로 맡게 된 사업에는 흥미가 안생기고. 개발에 재미가 안느껴지니 불평불만만 하던 시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기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샌가 감탄 외엔 아무말도 할 수 없는 내모습이 얼마나 한스럽던지.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입 밖으로 조금씩 나오던 차,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변했어?” 라는 친구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부정적인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요즘은 마음 속 긍정의 공원이 커져서, 서울숲공원정도 사이즈가 되는 것 같다. 개발도 즐겁고, 어지간한 일에는 웃어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또 성윤님의 추천 덕분에 커리어리 큐레이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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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주저리 주저리 적은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니… 😲’

평소 방문자가 보이는 둥 마는 둥 하던 블로그 글들이었는데, 커리어리에 공유하니 좋아요와 조회수, 리포스트, 저장 횟수 같은 숫자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쓴 글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자신감을 얻은 뒤론 채널을 늘려 페이스북, 링크드인, 트위터, 커리어리 4개 채널에 블로그 글을 공유하고 있다. 커리어리에 질문을 올리시는 취준생 분들께도 여러가지 답변을 달아보는 중인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여름이 다 지나갈 쯤에는 ‘개발자들 앞에서 개발로 이야기를 발표하고 싶다!’ 라는 막연한 생각에 글또콘 발표를 신청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발표를 하고 나니 발표라는 활동에 대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발표라는 건 발표 내용 준비를 위해 발표자가 많은 시간과 리소스를 투자하지만, 발표를 듣는 청중들도 모두 자신들의 시간과 리소스를 투자해서 참여한다는 것. 그 리소스를 투자한 값만큼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엔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리허설 피드백 덕분에 본 발표전에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리허설을 요청하신 성윤님, 강력한 피드백을 주신 학건님 나라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저 경험 덕분에 요즘은 블로그 글을 쓸 때도 “오 이건 나중에 해봐야겠네.” 같은 인사이트를 남기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고심하고 있다.

몇 년을 미루고 미루던 사랑니도 발치했다! 사랑니 발치 전문 병원으로 갔는데, 원장님께서 사랑니 상태를 보시더니 “한 번에 4개 다 뽑으실래요?” 질문하셨다. 어차피 고생할거 2주 고생하느니 1주만 고생하자는 생각으로 쿨하게 OK 했다. 뽑은 당일날은 미친듯이 뜨겁고 아팠는데, 하루밤 자고 일어나니까 생각보다 멀쩡해지더라.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기하고 상남자로 인정 받았다 ㅋㅋ.


🍁 가을

처음으로 개발자 컨퍼런스에도 참여해보고, 코드 퀄리티, 유지보수성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재정립한 시간. 올 가을 전까진 객체지향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컨퍼런스에 참여해본 경험이 없었는데, 정희님의 은혜로 인프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참여했던 모든 세션이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대성님의 실전! 멀티 모듈 프로젝트 구조와 설계 와 용근님의 레거시 시스템 개편의 기술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두분 모두 유지보수가 뛰어난 코드와 설계를 만드는 키워드로 DDD 를 이야기하셨다. ‘그 놈의 DDD가 뭐길래 의존성 복잡도를 어떻게 해결하냐는 질문에 DDD 3글자로 대답이 가능한걸까?’, ‘내가 더럽고 치사해서 DDD 공부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DDD 를 조금 공부하고 나니 정말 딱 알맞는 답변이 아니었나… 😂

제이슨이 운영하시는 DDD 세레나데 강의를 수강하면서 코드 퀄리티란 무엇인지, 우리는 왜 유지보수성을 이야기하는지, 객체지향이란 무엇인지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 코드 퀄리티는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는걸까? 우리는 왜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을 해야하는걸까? 결국 코드 퀄리티란 나 혼자가 아닌 팀원 모두와 함께 개발하는 환경에서 오늘이 아닌 내일 보기에 좋은 코드인지 평가하는 것이고,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은 그것이 가능케 해주는 프로그래밍 기법이다. 이렇게 생각이 정립되다보니 기존 ‘이렇게 설계하면 되겠지…?’, ‘얘는 어디 패키지에 둬야하나…’, ‘CommandService 는 다른 Service 들을 묶는건가? CommandService 도 다른 Service 에 묶이던데?’ 두리뭉술 불안하던 생각들은 모두 사라지고 ‘이걸 여기에 두면 나중에 로직을 찾는데 편하겠지’, ‘패키지 하나에 너무 클래스가 많은데? 이름을 바꿔서 패키지를 나눠두면 더 편하겠다.’ 자신있게 코드를 작성하고, 리뷰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요즘 만들면서 배우는 클린 아키텍처 책을 읽고 있는데, 내가 했던 여러가지 고민들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내용이 많아서 굉장히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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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피해킹 키보드(Happy Hacking Keyboard Professional HYBRID Type-S 무각)를 쓰기 시작했다. 학부생 때부터 꼭 써보고 싶었던 키보드였는데 소원을 성취했다. 사용해보니 여러가지 장점들이 느껴지는데, CTRL 키는 SHIFT 위에 있는게 새끼손가락 건강에 정말 좋은 것 같다. 맥북 기본 CAPS LOCK 키도 CTRL 키로 바꿔서 사용하고 있다. 방향키가 별개로 없는 것도 오른쪽 손목 움직임이 적어져서 작업효율이 올라가는 것 같다. 타이핑을 하다가 빠르게 방향키로 위치를 변경하고, 다시 빠르게 타이핑을 시작할 수 있다. 그 외에도 PAGE UP, PAGE DOWN, HOME, END 키가 가까이 숨어있어 입력이 정말 편해졌다.

단점은 가끔 PC방가서 게임할 때 헷갈린다.. 😂


☃️ 다시 겨울

사업, 서비스 개발에서 인프라, 플랫폼 개발로 직무를 옮겼다. 아무래도 코드 퀄리티나 설계에 점점 관심이 깊어지는데, 시시각각 변화하는 서비스 개발 쪽에서는 코드 퀄리티나 설계보다 재빠르게 사업이 요구하는 기능을 쳐낼 수 있는 순발력이 중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영역을 지현님과 현태님께 말씀드렸고, 타이밍이 운좋게 맞아서 요즘은 인프라, 플랫폼 위주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서비스 개발처럼 클라이언트들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개발자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설계와 퀄리티를 고민하는 부분이 즐겁다.

다만 최근에는 너무 코드 퀄리티와 설계에 집중하다가 주어진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추가 기한을 주셨지만 함께 일하는 분들께 너무 죄송했고, 실망을 안겨드렸다는 점이 속상하고 창피했다. 코드 퀄리티나 설계는 개발자의 영역이고, 클라이언트는 우선 동작하는 기능을 전달 받는게 중요할텐데… 항상 사업 위에 개발이 있을 수 없음을 인지하고, 제품 퀄리티와 비즈니스 임팩트 사이 줄다리기를 잘 해야겠다. 양쪽 모두 중요한 가치니까, 양쪽 모두를 놓치지 않는 개발자가 되자. 💪😢

11월부터는 이펙티브 코틀린 5기 코드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다. 각 강의를 수료하면 다음기수 리뷰어로 활동할 수 있는데, 4기 미션을 모두 완주하고 수료해서 5기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다. 회사 바깥 사람들의 코드를 리뷰하는 경험이 정말 소중한 것 같다. 여러가지 다양한 스타일의 코드를 접해볼 수 있고, 미처 생각지 못한 기발한 방법으로 영감을 주시는 리뷰이 분들도 정말 많다. 가장 즐거운건 내 리뷰에 리뷰이분이 영감을 얻고 코드 품질을 개선해나가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1단계에서 만났을 땐 리뷰하기 어려웠지만 마지막 단계 쯤에서 책임이 잘 분리되고 가독성이 뛰어나게 바뀌어 있는 코드를 보면 괜시리 뿌듯한 감정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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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D 세레나데 4기도 수료했고, 브라운이 운영중이신 학습 테스트로 배우는 Spring 1기도 수료한 상태다. 앞으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제공할 수 있을거 같아 기대된다!

최근에는 우아한테크코스 4기 크루분과 커피챗을 진행하기도 했다. 커피챗을 요청하신건 4기 크루분인데, 내가 더 신나서 혼자 실컷 떠들었다. 🤦‍♂️ 이런 기술은 언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객체지향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왜 유지보수를 신경쓰는지… 분명 잘 되실 분이라는 기운이 느껴져서 안심하고 떠들었다고 변명을 해본다.. 🫠 (예상대로 좋은 결과가 있으셨다!) 취업 후에도 꾸준히 블로그 글을 작성하는 점이 인상 깊다고 해주셨는데, 내가 좋아서 주저리주저리 쓰는 것 뿐인데 인상 깊다고 해주시니 조금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2023년엔 더 열심히 써야지!


🧭 2023년 계획

생산성 높이기

같은 시간대에 코드 한줄을 더 뽑아내는 것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끼는 요즘. 하루 한시간, 두시간씩 생기는 자투리 시간으로 책을 읽을 수도, 불편이 느껴지는 회사 업무를 자동화시킬 수도 있었다. 타고난 생산성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순 없으니, 생산성을 높여주는 여러가지 툴들을 찾아보는 중이다. 연초에 당근메일을 구독해두고 여러가지 생산성 향상 툴에 대해 전달받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요즘은 Alfred, BTT, Yoink 3가지를 구매해서 사용해보고 있다. Alfred 는 확실히 손에도 잘 맞고, 비슷한 raycast 와 함께 병행하니 큰 생산성 증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머지 BTT 와 Yoink 는 조금 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듯…

꾸준히 생산성 관련 툴이나 팁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투리 시간을 확보하고, 확보된 자투리 시간으로 더 많은 일을 해봐야겠다.

책 끝까지 다 읽기

이펙티브 코틀린, 코틀린 인 액션, 쿠버네티스 입문, 프로그래머의 뇌, NGINX 쿡북 등… 올 해 건드린 책은 정말 많은데, 끝까지 다 읽은 책은 몇 권 안되는 것 같다. 그나마 요즘 다 읽어가는 책이 만들면서 배우는 클린 아키텍처. 두께도 얇고 평소에 워낙 관심 많던 내용이라 그런지 술술 읽힌다. 2023년에는 책 하나를 진득하게 잡고 끝까지 읽어내는 근육을 길러야겠다. 생산성을 높이고 만들어낸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꼭 읽자!

나에게 완벽히 잘 맞는 술 찾기

‘맥주는 별로 안맞고 소주가 제일 낫다.’ 라는게 지난 몇 년간의 생각이었는데, 올해 여러가지 흑맥주와 위스키를 마셔보면서 내 음주취향에 대해 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흑맥주 중에선 기네스, 그중에서도 기네스 생 흑맥주가 가장 입맛에 맞았다. 집 근처 LP 바에서 마시는 기네스 생 흑맥주가 그렇게 맛있더라. 이상하게 다른 곳에선 그 맛이 안난다.

요즘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위스키는 글렌피딕 15년산. 친구가 선물로 구해준 덕분에 처음 접해봤는데 향이나 당도나 모든게 마음에 들었다! 온더락으로 마셔도 맛있고, 개인적으로 글렌피딕과 복숭아 아이스티를 1:5 비율로 섞어서 벌컥벌컥 마시는게 정말 좋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위스키로는 잭다니엘 올드넘버7이 가장 괜찮았다. 나머지는 향이나 당도가 하나씩 아쉽더라…

술 취향을 확실하게 알게 되니 자연스럽게 음주량과 횟수가 줄었다. 적당히 맛과 향을 즐기고 마무리 짓는 정도. 소주 특유의 흥청망청 분위기도 좋지만, 다음날 숙취 때문에 부담돼서 점점 기피하게 된다. 보드카도 몇 가지 도전해봤는데 아직까진 잘 안맞는 것 같다. 진, 럼, 브랜디도 도전해보고 나에게 완벽히 잘 맞는 술을 찾은 다음 평생 그것들만 즐기고 싶다.


마무리

2021년에는 한참 기술 공부에 빠져 있었고, 2022년에는 개발자의 뇌와 심리, 일을 잘하는 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거 같다.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립했으니, 2023년에는 다시 기술 관련 공부에 집중해보려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손놓고 있었던 인프런 강의도 다시 열심히 듣고, CU가 운영하시는 인프라 공방 강의도 꼭 듣고 싶다!

단순히 ‘개발자가 된다.’ 에서 ‘어떠한 개발자로 살아갈 것인가?’로 생각을 확장한 1년. 가끔씩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저 분은 1년차에 무슨 일을 하셨지?’, ‘난 언제쯤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같은 조바심도 느껴지지만, 조금씩 조금씩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을 비교하는 횟수를 줄이고 가슴이 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그래,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거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다 쓰고 보니 글 참 길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이렇게 많았나? 평소엔 어떻게 참은거야?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거겠지? 고생했다 최현구! 2023년엔 더 부지런히 살아서 논문 하나 써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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